조동진, 더이상 우리 같이 있지 않지만... 뮤우직

중학교 2학년 때였다. 경북 청송군 진보면 진성중학교 2학년, 15살 나는 한 허름한 전파사(시골에서는 전파사에서 테이프, LP등을 팔았다)에 들어가 용기를 내어 테이프 하나를 샀다. 조동진... '제비꽃'이 들어 있던 테이프... 설레는 마음으로 누운 카세트레코더 문을 위로 열어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밀어 넣었다. 설레던 마음은 이내 지루해졌고, 도대체 알 수 없는 가사들이 복잡하게 머리를 날아 다녔다. 다행이 비닐을 버리지 않고 접은 부분만 펴서 꺼냈기에 다시 넣고, 풀로 붙이니 새 것처럼 보였다. 이튿날 그 전파사로 다시 갔다. "아저씨, 형이 이 테이프 아니래요. 바꿔 오래요..." 형도 없었고, 심부름도 아니었지만, 내가 산 첫 테이프로 이런 지루한 노래가 담긴 것으로 할 수 없어 한 거짓말이었다. 테이프를 이리저리 살펴 보시던 주인 아저씨의 "바꿔 가라"고 하셨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테이프 하나를 콕 빼서 가져왔다. 그 테이프는 남화용이란 가수였고, 역시 잘 모르는 사람였지만 '가버린 추억'이란 곡을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쉰 적이 있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조동진의 그 테이프를 LP로 구입을 했고, 두세번 밖에 듣진 않았지만 미안한 마음에 (정말) 아끼는 앨범이 되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내가 그 분 나이쯤이 되었고, 그 분은 오늘 그가 그토록 조용히 읊조리며 사랑했던 세상과 이별했다. 그의 유작앨범 '나무가 되어'를 듣다 보니 '1970'이란 곡이 들어 있다. 내가 태어나던 해, 그는 노래를 시작했나 보다.

그래 그때
그때 우리는 떠도는 바람이었고
그래 그때
그땐 누구나 구르는 돌이었네



찬바람이 불어 오니 소중한 분들이 하나 둘 슬픈 소식을 남기고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다. 비가 오는 저녁 조동진 님의 낮은 음성과 함께 우산을 쓰고 비내리는 거리를 걸으니 왠지 이 노래를 부르는 그의 생전의 모습을 목격하지 못한 아쉬움에 목이 잠긴다. 

노래를 들으며 생각해 본다. '그는 정말 나무가 되었을까...'

1947년 9월 3일 - 2017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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