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제품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런칭 시점이 참 애매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애플로 잠시 돌아가 볼까요?
애플은 2007년 1월에 아이폰이 베일을 벗고 세상 사람들 앞에 등장하게 됩니다. 블랙베리가 외로이 선전하고 있던 스마트폰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죠. 한번도 휴대폰을 안 만들어 본 회사에서 왠 스마트폰이냐며 사람들은 그 성공에 반신반의했지만, 아이폰은 나오자 마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고, 그 기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바로 아이팟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한이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 Mpman을 선보인게 1998년이었습니다. 그 이후 그와 비슷한 휴대용 멀티미디어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와서 다 거기서 거기 고만고만한 시장으로 빠르게 정체되어 갔습니다. 워크맨의 본가라 할 수 있는 소니는 이러한 mp3시장을 가볍게 여겼고,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음원 압축기술인 Atrac을 이용한 MD시장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CD보다 작으면서 음질은 뒤지지 않고, 게다가 녹음까지 되는 포터블 음향기기였죠. 일본에서 많은 유저층을 확보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소니는 왕따의 길을 스스로 택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mp3는 싸구려 음원의 대명사로서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은 CD를 듣거나 혹은 아날로그 음원이 최고라며 LP를 고집하기도 했었죠(사실 CD플레이어는 버릴 수 있어도 아직 LP플레이어를 버리진 못하겠더군요ㅠ).
그러던 2001년 스티브잡스는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 전혀 다른 mp3플레이어를 선보입니다. 이름하여 iPod이었죠. 5기가로 출발한 이 제품은 2002년 3월에 바로 10기가 제품으로 발빠르게 업그레이드합니다. 그동안 애플이 보여져 왔던 독선적이고, 잰척 하는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소니처럼 그들만의 독자적인 코덱을 활용한 음원을 위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mp3코덱을 활용한 포터블음악기기를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동안 그만그만한 모습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던 mp3플레이어 시장을 단번에 평정하면서 하나의 문화코드로 iPod을 지칭할 정도로 그 인기는 글로벌했습니다. 이러한 아이팟 생산과 판매의 경험은 애플에게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충분한 인지도와 자본을 제공하게 되었고, 애플은 기꺼이 그 혁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게 바로 2007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갔던 아이폰(4기가)이었습니다. 스티브잡스는 "휴대폰+인터넷+미디어 재생"의 기능을 하나로 묶는 디바이스라고 아이폰을 소개했었죠.
아이폰을 구입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여전히 아이폰을 아름다운(?) 약정들 때문에 쉽게 아이폰으로 가지 못하는 유저들이 많이 있었죠. 물론, 한국에서는 그림자도 보기 힘들었지만요(우리나라에선 햅틱이 진리였던 시절였죠). 그들을 위해 애플은 또다른 런칭전략을 선보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아이팟터치(8/16기가)였습니다. 아이폰을 써보고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이걸로..."라며 아이팟터치를 선보였습니다. 아이폰보다 얇고, 가볍지만, 같은 액정에 같은 용량(오히려 더 많기도 한 16기가)에 와이파이로 인터넷도 할 수 있는 말그대로 전화기능없는 아이폰을 시장에 들이 밀었던 것이죠. 그떄가 2007년 9월이었습니다.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 지 3개월만의 일이었습니다. 세상은 다시 들썩이게 되었고, 당시 휴대용 게임기기의 대명사였던 닌텐도DS의 위상을 흔들만큼 파괴력이 넘쳐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팟터치로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인터넷을 하며 좀더 실력(?)있는 사람들은 아이팟터치로 인터넷 전화를 하기도 할 정도로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라는 이름이 정말 걸맞는 기기였죠. 그당시 이 기기의 가격은 299달러(8기가)였습니다.
아이팟은 수많은 라인업과 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선보였고, 고객들은 주머니 사정에 따라 맞는 아이팟 제품을 주머니 혹은 가방끈에 넣거나 달고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아이팟이었습니다. 아이폰은 이와는 반대로 아주 심플한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iPhone, iPhone3, iPhone3Gs, iPhone4의 아이폰 행보는 아이팟터치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져 왔습니다. iPod Touch, iPod Touch 2nd Gen, iPod Touch 3rd Gen, iPod Touch 4th Gen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패드를 발표합니다. 2010년 1월, 스티브잡스는 전혀 새로운 창조물을 소개한다는 초대장을 의미심장하게 돌렸고, 그는 아이패드를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울 뿐이었습니다. 가장 큰 비난은 아이폰 4개를 붙인 것 같다는 것이었죠. 전혀 새로울 것 없이 크기만 커지고 이름만 요상하다는 평이었습니다. 게다가 카메라도 안 달려 있고 무게도 그렇게 가볍지 않으니 대체 이 놈을 어디다 쓰냐는 이야기가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꿋꿋이 이 제품을 시장에 내놨고, 시장의 반응은 빠른 속도로 변해 갔습니다. 결국, 아이패드는 태블릿PC의 처음이 아니었지만, 가장 성공한 모델이 되었고, 이제는 경쟁사들의 아류작들을 바라보며 즐거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여유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7인치 태블릿은 DOA라고 악평을 쏟아내도 경쟁사들은 시장에서 그것이 틀렸다는 말을 증명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다른 진풍경은 이북리더기의 대명사였던 킨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가볍고 저렴하며 배터리가 오래가는 킨들은 전문 이북리더기로 활용하고, 아이패드는 노트북 혹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대신하는 형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패드를 이북리더기로만 쓰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물건이기 때문이죠. 게임, 음악, 잡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등의 수단까지 아우르는 그야말로 멀티미디어 센터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가진 디바이스가 바로 아이패드이니까요. 국내 출시는 미뤄지고 미뤄지다가 11월이 되어서야 한국어가 지원되는 iOS4.2의 등장과 함께 한국인의 품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달가까이 이 제품을 써 오며 느낀 점은 이 녀석이라면 난 아이폰이 없어도 좋다라는 것입니다. 아이패드를 보고 있다가 아이폰을 바라보면 너무 작게만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이동중에 음악을 듣거나 간단한 이메일이나 문자 확인들 이외에 그 전에 아이폰으로 했던 대부분의 일들을 아이패드로 할 정도이니까요. 사람들은 아이패드로 인한 변화를 서너가지로 정해서 말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됩니다. 그것은 아이패드를 사용해 보지 않고 그냥 추측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정지어 버립니다. 한번 써 보게 되면 그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녀석이 바로 이 아이패드입니다.
너무 길게 이야기를 풀어 쓴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갤럭시 플레이어 이야기를 해 볼까요? 제가 만약에 아이패드를 먼저 썼다면 전 아이폰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제가 지금 아이폰을 미리 사용하고 있다면 저는 아이팟터치를 구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어떻게 보면 스티브잡스의 애플은 런칭 아이템들을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시장을 열어간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선 음악, 그다음에 전화, 그를 사용하지 못하는 약정 사용자들에게 다른 방법을 열어주고, 그리고,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매킨토시와 연결을 지으려는 그들의 생각. 그것들을 네트워킹해 해주는 아이튠즈, 앱스토어, 그리고 오는 1월에 열릴 맥앱스토어까지.
하지만, 삼성의 런칭 아이템들은 너무나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옴니아로 스마트폰의 끝장을 보여주겠다더니, 금새 접고, 갤럭시A로 어느날 S로 마치 미스에이가 누구고, 미스에스가 누구냐는 것처럼 특징없이 이름짓기에 바쁘기만 합니다. 그런 갤럭시폰 안에는 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들어가 있으니 이를 스마트폰으로 불러야할지, 안드로이드폰으로 불러야 할지 혹은 갤럭시S로 불러야할 지 다양한 것은 좋은 이름의 일관성 측면에서 보면 아이폰에 완전 KO패가 되는 셈이죠. 그러다가 갤럭시탭이 나오면서 아~ 삼성은 갤럭시로 이름을 쓰기로 작정을 했구나 했고, 아마도 아이팟터치와 같은 것은 만들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내년 1월에 이름도 긴 "갤럭시 플레이어"를 시장에 내 놓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미 스마트폰 살 사람들은 다 사지 않았나요? 안 사고 버틴 사람들은 아이팟터치 혹은 이와 유사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기기 하나쯤은 다 갖고 있지 않나요? 그도 아니면 내년에 나온다는 아이패드5인치 버전과의 차별성도 전혀 없는 그저 그런 디바이스를 왜 개발비 아깝게 만들어서 그것도 내년 1월이라는 애매한 시점에 시장에 내놓겠다고 하는 건지 참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얼마전에 삼성 디지털 플라자에 가보고 놀랐던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삼성에서 60인치 대형 LED 텔레비전을 만들지만, LED전구도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정말 치약만 만들면 삼성은 만드는 게 없을 정도로 사업이 다각화 문어발식으로 공룡화 되어 있습니다. 이런 덩치로 어떻게 몇가지 요소에 집중해서 창의적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애플 혹은 애플 유사 기업들을 상대할 수가 있을까요?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고 그런 가족들을 활용하면 수십만대 판매하는 것은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판매량만 가지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개발에서 런칭까지 좀더 세련된 삼성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덧글
s9에서 다른걸로 갈아타긴 해야겠는데 사과냐 은하냐로 고민중입니다.
그래봐야 스마트폰 안사고 저걸 살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만...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10만대 남짓 팔린기기에 업그레이드는 뭘 기대 하냐는 소리가 안나오기를 바랍니다.
스펙따 버전 G50 해외출시됐을 때 음감사이트중 하나인 그곳에서 곡소리가 들렸다죠?
하드웨어 스펙은 스펙이지만 음질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1. iPAD 관련해서는 차기작이 7인치가 될 수도 있다는 루머가 계속 나오지 않나요?
물론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확신할 수 없겠지만, 7인치 시장이 가망 없다는 건 섣부른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2. 갤럭시S를 '스마트폰, 안드로이드폰, 갤럭시' 셋 중에 뭘로 불러야 하느냐가 왜 문제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갤럭시S의 이름은 갤럭시S인 것이고, 스마트폰은 아이폰과 블랙베리등을 모두 포함한 기기의 범주이며, 안드로이드폰은 스마트폰 중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일뿐인데요. 옴니아 -> 갤럭시의 변화에 따라 일관성이 깨졌다면 모를까요. 그런데 옴니아 같은 경우는 윈모 시리즈에 붙일 이름으로 정한 것 같네요.. 윈폰7으로 나올 기종의 이름이 옴니아 7 이라는 것을 보면요. 그렇다면 결국 삼성이 네이밍에서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리고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따라하기는 맞지만, 계획에서 마구 쏟아내는 건 아닙니다. 계획없이 마구 쏟아내는 건 LG의 옵티머스 시리즈죠.
아이폰 3Gs->4에 어떤 혁신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고, 아이패드가 화면이 커서 조작이 편하다는거 외에 아이팟터치랑 크게 다를게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킨들 판매량이 안떨어지는건 아이패드가 이북리더로만 쓰기 아깝기 때문이 아니라 이북리더로서는 킨들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플이 만드는거 역시 소비자 돈뽑아내는게 목적이죠, 뭐 별다를게 있습니까?
삼성이 새시장을 열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NB세상// 터치 사용했었고, 셔플, 아이패드 사용중입니다. & 누가 누구를 따라하고, 누가 시장을 최초로 개척했고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죠. 자신이 물건을 쓰며 그 가격 이상의 뭔가를 얻어내는게 소비자 입장에선 중요한거고, 기업입장에선 충분한 이윤을 얻어내는게 중요한겁니다. 혁신이 어쩌고 아이디어가 어쩌고 하는 소리가 엄청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돈을 쏟아담는 기업들은 금융/정유/자동차/제약 등의 산업들이죠. 새로운 시장 창조, 뭐 혁신이 어쩌고, 아이디어가 어쩌고 하지만, 이런걸 못했다고 까일거면 지금 포츈 500에 올라있는 기업의 99.99%는 까여야됩니다. 코카콜라정도가 까방권 획득하겠군요. 그리고 애플이 실제로 혁신적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잘만든 전자제품인거지, 거기에 각종 의미를 부여해가면서 사용할만큼 대단한 물건인가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애플조차도 다른 혁신적인 기업들의 밥줄을 끊고 있는것과 마찬가지인겁니다.
그리고 삼성은 단지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거 뿐이구요. 기업의 규모가 커졌다고 멀쩡히 잘하고 있는 분야의 역량을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가 없죠.
앞으로 기술력과 사용자들의 인식이 좀 더 나아가면 이제 삼성이 만든 이른바 미래 주택에서 생활하는게 가능해지겠죠.
외출시 삼성폰으로 집안의 가스와 전기제품(삼성제 LED 전구/TV/에어컨/냉장고 등등)을 컨트롤할 수 있고,
나아가 집안의 수십가지 삼성제품 리모콘들을 스마트폰 어플로 대체할 수도 있을테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수납하는 집도 삼성에서 지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추가로 신세계에서 제일모직 옷을 사 입고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CJ 밀가루를 사며 보험금은 다달이 삼성생명으로...)
그게 가능해지는 순간 이제 겨우 TV 산업에 뛰어드는 애플보다 어떻게 보면 더 무시무시한 포스를 보여줄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애플이 한국의 기업이고 삼성이 미국의 기업이었다면 이미 승패는 진작에 갈렸겠지만요.